'신천지 비밀문건 공개' 정치인 포섭 여야가 없다
CBS노컷뉴스 송주열 기자

한국교회에서 이단으로 규정한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총회장 이만희, 이하 신천지)가 여당 최고위인사에게 줄을 대기 위해 접근하면서 신천지와의 유착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신천지의 구애를 받고 있는 인물은 새누리당의 8선 의원이자 친박계 좌장인 서청원 의원. 서 의원 측은 말도 안되는 소리라며 불쾌감을 드러내고 있으나 최근 더불어민주당 서울시당위원장 선거에도 뛰어든 신천지가 여야 가리지 않고 마구잡이식 줄대기를 하고 있음이 드러나 신천지의 본격적인 정치권 포섭을 놓고 파장이 예상된다.

새누리당 서청원 의원이 신천지 고문이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서청원 의원실은 "전혀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윤창원기자


최근 신천지와 관련해 현역 최다선 국회의원인 서청원 의원(8선, 화성시 갑)의 이름이 거론된 건 임대차보증금과 관련된 민사소송에서였다.

신천지는 지난 2013년 12월 인천의 대형 찜질방 인스파월드를 사들였는데 이 과정에서 일부 임차인들과 임대차보증금 반환 문제로 법정 공방이 벌어졌다. (인스파월드는 2011년 북한의 연평도 포격 당시 연평도 주민들의 피란처 역할을 했던 곳. 연평도 포격 사건 이후 경영난에 빠져 공매로 소유권이 신천지로 넘어갔다).

◇ 인스파월드 임차인 탄원서, "신천지교회 고문 서청원 의원 찾아가 호소했지만.."

임차인들은 신천지 측이 임대인 지위 승계에 따라 이전 소유주가 내야 할 임대차 보증금을 내주지 않고 있다며, 2014년에 신천지를 상대로 15억 6 천만 원 상당의 임대차보증금 반환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이 과정에서 임차인 대표 김 아무개 씨는 지난 4월 법원에 억울함을 호소하는 탄원서를 제출했고, 탄원서 내용 중에 서청원 의원이 거론됐다.

김 씨는 탄원서에서 “신천지가 임차인들의 보증금을 지불하지 않으려 깡패들에게 20억 원이란 거금을 주고 불쌍한 영세 상인들을 발로 짓밟았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신천지교회 고문으로 계시는 서청원 국회의원에게 찾아가 사정을 이야기했지만 답변이 없었다.”며, “얼마나 파워가 크면 서청원 의원도 지금까지 답변을 해주지 않을까 의심스러울 뿐이다”고 호소했다.

소송당사자 중 한 사람인 A씨도 “인스파월드 세입자 대표 3명이 올해 1월 서청원 의원실을 방문했고, 관련 자료를 넘겨주면서 신천지 이만희 총회장에게 억울함을 호소해달라고 요청했다”고 주장했다.

◇ 신천지 건설부장 대화 입수.."서청원 의원 박 대통령 당선 전부터 신천지 고문"

피해자들은 어떤 근거로 서 의원을 신천지 고문으로 지목했을까? 과연 서 의원과 신천지 사이에는 모종의 관계가 존재하는 것일까?

세입자들이 신천지와 서 의원을 하나로 묶어 생각하는 배경에는 신천지 간부들의 발언이 있다. CBS 취재진이 입수한 음성 파일에 담긴 소송당사자 A씨와 신천지 건설부장 B씨 사이에 오간 대화내용에서 신천지 간부는 서 의원이 자신들 고문이며 교주 이만희 씨와 교류가 있다고 주장한다.



다음은 A씨와 B씨가 나눈 대화의 일부 내용이다.

- A 씨 : 서청원 의원은 고문한지 몇 년 됐어요?

- 신천지 건설부장 B : 몇 년 됐지. 확실한 날짜는 기억 못하지. 공개적으로 나오는 이야기도 아니고. 지나가는 말로 관계자들이 다른 이야기하다 슬쩍 나오는 거지. 공식적으로 나오는 건 없어.

- A 씨 : 서청원 의원이 박근혜 대통령 되기 전부터 고문이었어요?

- 신천지 건설부장 B : 연도 상으로는 그럴거야.

- A 씨 : 서청원 의원은 자주와요?

- 신천지 건설부장 B : 아니야. 별도로 만나는 장소가 있어 그분들은.

- A 씨 : 선생님하고 ? 교회로 안 나타나는구만요?

- 신천지 건설부장 B : 왜냐하면 정치인이 막 다닐 수가 없잖느냐.

- A 씨 : 이만희랑 둘이만 만나는군요.

- 신천지 건설부장 B : 그렇지.


신천지가 지난 2003년 청년 조직 교육자료로 만든 서청원 의원 홍보 문건.


◇ 신천지, 2004년 '청원사랑' 대대적 홍보 문건.."대표 선출 후 대통령 후보만들자"

신천지 간부가 세입자들에게 위세를 과시하기위해 거짓으로 꾸며댔을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신천지가 서 의원 측을 공략하려고 애쓴 흔적은 곳곳에 남아 있다. 지난 2003년 4월 13일 자로 작성된 신천지 '전국 청년회 정신교육'(자신들의 연호를 사용해 신천기 20년 4월 13일 이라고 표시) 대외비 자료에 따르면 신천지는 <전국 청년회 한나라당 서청원 대표 지원의 건>과 <신천지의 한나라당에 대한 향후 전략>을 논의하기위해 모였다고 밝히고 있다. 서청원 의원이 2003년 당시 한나라당 대표 경선에 뛰어들었던 시기와 일치한다.

문건에는 신천지 이만희 총회장과 서청원 의원과의 만남을 주선한다는 내용과 서청원 의원이 당 대표로 선출 될 때까지의 전화, 인터넷 홍보 로드맵을 담았다. 전화홍보 메뉴얼을 살펴보면 신천지 신도들에게 서청원 의원 팬클럽 회원으로 소개할 것, 위기에 강한 지도자가 당을 맡아야 한다는 멘트를 통해 서 의원의 지지를 이끌어 낼 것을 지시했다.

또, 신도들에게 인터넷 카페 '청원사랑'에 가입할 수 있도록 가입요령을 소개했다. 가입시 신천지 색채를 드러내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일 것을 지시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 서 의원 측, "신천지 관련설 전혀 사실무근..교회 집사다" 반박

과연 이런 정황들이 신천지만의 일방적인 구애에서 비롯된 것일까? 취재진이 사실 확인을 위해 지난 11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서청원 의원실을 찾았다. 의원실 관계자는 신천지 관련설에 대해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했다. 또, “서청원 의원은 화성의 한 교회 집사로 독실한 개신교 신자”라며, “신천지 고문으로 있다는 것은 터무니없다”고 반박했다.

신천지는 이미 오래 전부터 이단으로 규정된 사교집단의 지위에서 정통 종파로 변신하기 위해 정,관계에 적극 접근해왔다.

지난 2007년 17대 대선 당시 신천지 신도들을 새누리당 전신인 한나라당에 특별당원으로 가입할 것을 조직적으로 지시한 것이 드러나기도 했다. 또, 지난 18대 대선 당시에는 신천지 H 수석장로가 새누리당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사실이 알려져 파장이 일기도 했다. 최근에는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위원장 선거에도 뛰어들어 특정후보를 지지하며 주최 측 초청도 없이 행사에 인원을 동원해 주최 측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곧 천지개벽이 일어나고 모든 권력은 자신들에게 모아진다고 종말론을 주장하는 신천지, 그러나 신천지는 조직과 금력을 동원해 여야 정치권에 끈질기게 파고 들어 배경을 마련하려한다. 여야 정당들이 눈앞의 이익에만 골몰해 반사회적 사교집단의 구애를 받아들인다면 큰 풍파가 예상된다.

jysong@c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