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정통성을 친일세력에, 국정화는 역사적 수치"

[인터뷰] 이만열 전 국편위원장 "정부, 왜 북한처럼 국정화 추진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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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1.04 10:16l최종 업데이트 15.11.04 11:47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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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8대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이만열 숙명여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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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가 지난 3일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강행한 가운데, 제8대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이만열 숙명여대 명예교수가 "국정화는 역사적 수치로 남을 어리석은 선택"이라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노무현 정부 당시인 2003년 6월 취임해 2006년 8월까지 국편위원장을 역임했다. 그는 지난 3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정부는 현행 검정 교과서에 대해 일방적 주장을 할 뿐, 이를 입증하지는 못하고 있다"라면서 "현 교과서의 편찬 지침도, 검정도 모두 이 정부 아래에서 진행됐다"라고 말했다.

그는 "그런데도 정부는 집필진만 탓하고 있다"라면서 "역사는 아이들에게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는 것이지 홍보하는 도구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역사의 빛과 그늘, 양면을 모두 배워야 한다는 의미다. 그는 "현 교과서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경제 개발과 유신 시절이 모두 나온다"라면서 "그들 주장처럼 균형 잃은 교과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국정화에 대한 입장을 명쾌히 했다. 그는 "역사 교과서 국정화 강행은 민주화를 후퇴시키고 국격을 떨어뜨린다"라고 규정했다. 이어 "정부는 국정화 관련해 비판만 하면 '종북'이라고 하는데, 그러면서 정부 스스로는 왜 북한이 쓰고 있는 국정 교과서로 가는 것인지 물어보고 싶다"라고 꼬집었다. 

한편 역대 국편위원장 8명 중 5명이 모두 '국정화 반대' 의견을 밝혔다. 앞서 <중앙일보> 보도 등을 통해 드러난 의견을 포함하면, 현재까지 제6대 이원순(김영삼·김대중 정부), 제8대 이만열(노무현 정부), 제9대 유영렬(노무현 정부), 제10대 정옥자(이명박 정부), 제11대 이태진(이명박·박근혜 정부) 전 위원장 등 5명이 모두 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했다(관련 기사: 이태진 전 국편위원장 "현 교과서, 청와대가 열흘 검토").

다만, 박근혜 정부 이후 취임한 유영익 전 위원장(제12대), 김정배 현 위원장(제13대)을 비롯해 김대중 정부 시절 국편위원장을 맡았던 이성무(제7대, 김대중 정부) 대한민국학술원 부회장 등 3명 전·현직 위원장은 "논란이 될 수 있다"라는 이유로 입장 밝히기를 꺼렸다. 

국사편찬위원회는 대한민국 역사를 연구하고 관련 자료를 수집·보관·편찬하는 국가기관이며, 위원장은 통상적으로 역사학계의 원로가 맡는다. 다음은 이만열 교수가 지난 3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인터뷰 일문일답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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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사학계 원로회견 '역사교과서 국정화 철회' '역사교과서 국정화 행정예고 철회 촉구 한국사학계 원로기자회견'이 21일 오전 서울 대학로 흥사단 강당에서 열려, '결자해지 차원에서 대통령이 행정예고를 철회할 것' '정부 여당은 한국사 연구와 교육을 이념대립의 도구로 악용하려는 올바르지 못한 선동을 즉각 중단할 것' '국사편찬위원장은 학자로서 양심과 소신에 따라 자신의 거취를 결정할 것' 등을 촉구했다. 이 입장에는 강만길 전 상지대 총장, 권태억 서울대 명예교수, 안병욱 가톨릭대 명예교수, 서중석 성균관대 명예교수, 윤경로 전 한성대 총장, 이만열 숙명여대 명예교수, 이병휴 경북대 명예교수, 임세권 안동대 명예교수, 장병인 충남대 명예교수, 이이화 전 서원대 석좌교수, 조광 고려대 명예교수 등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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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화 강행은 어리석은 선택, 현 교과서 균형 잃지 않았다"

- 정부의 역사 교과서 국정화 강행을 어떻게 보는가. 
"정부가 지혜가 있고, 국민 여론을 수렴한다면 강행해서는 안 된다. 국정화 강행은 어리석은 선택이다. 역사적 수치로 남을 것이다." 

- 의견 수렴과정에서 반대 여론이 많았음에도 정부는 확정 고시를 이틀 앞당겼다. 
"왜 이렇게 발표를 서두르는지, 그 이유가 뭔지 잘 모르겠다. 이런 일일수록 행정적 절차를 잘 지켜야 한다. 의견 수렴 기간을 충분히 둔다든지 해서 절차를 잘 밟아야만 본인들도 정확한 답을 할 수 있는데,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 

- 교과서 국정화와 관련해, 전 국사편찬위원장으로서 가장 크게 우려하는 것이 있다면. 
"정부는 현행 검정 교과서가 국민의 긍지를 살리지 못할 뿐 아니라 오류가 있다는 식으로 선전하는데, 선전만 할 뿐 그걸 입증하지는 못했다. 어떤 부분이 국민의 자긍심을 떨어뜨리고, 어떤 부분이 왜 사실과 다른지는 입증 못한 채 일방적인 주장만 하는 것이다. 정부는 여기에 책임을 지지도 않는다. 그런데도 일부 국민들은 '정부가 설마 거짓말할까' 이런 생각에 정부를 추종하는 것 같다. 

그러나 사실 현 검정 교과서의 편찬 지침을 낸 것도, 검정을 진행한 것도 이 정부다. 그렇다면 자기 잘못을 먼저 인정해야 하는데 오히려 집필진만 탓하고 있다. 이건 책임 있는 정부가 할 일이 아니다. 앞서 지적했듯, 일단은 정부 주장이 사실이 아니며 선전에 불과하다는 것, 두 번째로 주장의 앞뒤 맥락이 맞지 않는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현행 교과서는 실제 청와대도 이미 검토했고 써도 좋다고 한 것이지 않나. 

정부 주장처럼 교과서가 그렇게 나쁘다고 하면, 그걸 지금 당장 없애야 하는 건데 이걸 또 내년까지 쓴다고 한다. 주장의 앞뒤가 맞지 않는 거다. 이런 식의 정부 측 근거없는 일방적 주장에 따라가고 있는 일부 국민들도 어찌 보면 무책임한 면이 있다. 언론이 이런 사실관계를 정확히 보도해주지 않으니까,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니까 생기는 일이다."  

- 정부는 '현 교과서가 좌편향됐다, 자학 사관이므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바로 그게 거짓말이라는 거다. 역사는 아이들에게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는 것이지 아이들에게 홍보하는 도구가 아니다. 박정희 전 대통령 관련해서도, 경제 개발 부분과 유신 시절, 시민들 권리 제한 이런 내용이 함께 나온다. 역사를 배울 때는 잘한 것과 못한 것 모두 배워야 한다. 교과서를 보시면 안다. 정부의 주장은 거짓이다. 

처음에 (국정화 찬성 측은) 김정일과 김대중 전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을 두고 문제 삼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들 말처럼 현 교과서는 그렇게 균형을 잃은 교과서가 아니다. 학계에서 인정받는 집필진들, 일가를 이룬 사람들이 책임감을 지니고 만든 것이다. 지금이 어떤 사회인데 정부 말처럼 일방적 주입이 가능하겠나.  

그리고 책임을 제대로 물어야 한다. 정부가 집필 지침을 냈고 검정까지 한 것인데, 문제 삼은 이후 책임진 사람 있는가. 교육부 장관 사퇴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실무자들, 담당했던 실·국장들은 책임을 져야 할 것 아니냐는 이야기다. 문제가 있다면 교육부가 책임져야지, 왜 일방적으로 집필 저자들에게 잘못 돌리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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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정화 VS 국정화 두 사진은 역사교과서 국정화와 관련된 곳에서 촬영했다. 비밀티에프(TF) 사무실을 지키고 있던 경찰들의 구둣발과 국정화 반대 집회에 참가한 대학생들의 신발이다. 어떻게 역사를 보아야 하겠는가!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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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비판하면 '종북'이라면서... 왜 북한의 국정 교과서 추진하나"

- 정부는 국정 교과서 관련해 국사편찬위에게 맡기고 손을 떼겠다는 입장이다. 
"그건 본인들이 워낙 궁색하니까 하는 이야기다. 국정화와 관련한 역사학계 학자들의 판단은, 국정화 강행은 민주화를 후퇴시키고 국격을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또, 정부 비판만 하면 무슨 '종북'이라고 하는데, 그러면서도 정부 스스로는 왜 북한이 쓰고 있는 국정 교과서로 가는 것인가 묻고 싶다. 

(국정화는) 역사관을 하나로 묶어서 가르치고, 민주사회의 다양성과 창의성을 말살시키겠다는 이야기다. 그러니 우리가 이렇게 반대하는 것이다. 현재 교과서 한 권 제작에 1억 원 정도 드는데, 교육부는 홍보에만 44억 원을 썼다고 한다. 그럼 국정 교과서가 현 교과서보다 44배는 더 좋아야 한다. 그게 가능할지, 교육부에 묻고 싶다. 

심지어는 현재 (보수성향 지역인) 경남·부산·울산 쪽에서도 국정화 반대 여론이 높다. 어제(2일) 기사를 보니 대구 쪽에서도 국정화 반대 여론이 높아졌다(관련 기사 : 국정화 반대 59%, 대구·경북·50대도 돌아섰다). 국민 반 이상이 이렇게 반대하는데, 도대체 무슨 논리로 국정화를 추진하는지 의문이다." 

- 2017년 초까지 국정 교과서 집필을 마친다고 한다. 어떤 내용일지 우려가 크다. 
"정부가 향후 국정 교과서에서 친일·독재 미화 안 시키겠다고 하니까, 예단하지 말라고 하니까 제가 함부로 예단하지는 않겠다. 그러나 과거 뉴라이트 계열이 펴낸 대안교과서(뉴라이트 성향의 '교과서포럼'이 2008년 펴낸 <대안교과서 한국 근·현대사>를 뜻함 - 기자 주), 같은 계열인 교학사 교과서를 통해서 유추해볼 수는 있을 것 같다.

이에 따르면 첫째, 국정 교과서는 대한민국 정통성을 독립운동에서 찾지 않고 친일 세력에 두겠다는 거다. 즉 '식민지 근대화론'에 두겠다는 이야기다. 앞서 대안교과서, 교학사 교과서 내용이 모두 그랬다. 둘째, 대한교과서는 4·19 민주정신을 강조하는 헌법과 달리, 민주화보다 독재 부패 세력에 방점을 뒀다.  

이런 교과서로 우리 아이들에게 어떤 통일 교육을 하겠다는 건지 의문이다. 현 교과서엔 평화·통일에 중점을 둬야 한다는 집필 기준이 있는데, 이쪽 사람들(국정화 찬성)은 되레 반통일적 입장인 듯하다. 아마 그래야 이득을 보기 때문일 것이다. 북한에서는 김정일이 분단의 최대 수혜자겠고, 남한에도 이득을 보는 사람들이 있으니 그런 것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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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저지 경남도민모임'은 28일 저녁 창원 상남동 분수광장에서 "한국사 국정화 저지 경남도민 촛불집회"를 열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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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누리당 일부 의원은 '국정화 반대는 남·남 갈등을 조장하는 북의 지령'이라고 한다.
 
"그게 바로 새누리당의 수법이다. 일단 우리가 북한 방송을 들을 수 없으니 어떤 식으로 주장하는지 알 수 없다. 만약 그렇게 주장한다고 해도 그게 일방적인 것이지 지령이라고까지 할 수 있는가. 그런 주장을 펴는 <문화일보>도, 그걸 인용하는 사람들도 저급하다. 명분도 여론전도 지니까 이걸 색깔론으로 덧씌우려 하는 말에 불과하다. 

요즘 시대에 북한의 지령을 받고 움직일 국민이, 그럴 지식인들이 어디 있겠는가. 여당에서는 그렇게 주장하면 혹시라도 믿는 사람이 있을까 그러는 모양인데,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정당으로서 하면 안 되는 일이지, 제 얼굴에 침 뱉는 일밖에 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