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 차릴 때까지, ‘let it be 신천지’

 

[칼럼]분쟁교회서 신천지 몰아내기 어려운 근본적인 이유

 
정윤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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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08.23  15: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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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다수 분쟁 교회에는 신천지가 들어가 있다. 지금까지 신천지에서 핵심 멤버로 있다가 탈퇴한 사람들의 의견에 따르면 그렇다. 분쟁교회에 많게는 100명, 200명도 들어간다. 옳고 그름에 대한 분별력을 갖춘 상식있는 사람이라면 ‘신천지’로 의심되는 사람들을 어느 정도 알아볼 수 있다. 한두명이 활동하는 게 아니어서다.

그뿐 아니라 그들의 행동에 유별난 점이 있기 때문이다.

 

   

▲ 한 교회에서 신천지 대처 현수막(원 안)을 찢은 신도와 이를 항의하는 신도

 

 

예를 들면 새가족인데 교회 일에 목숨 건다. 목적이 있지 않고서야 그러기가 쉽지 않다. 목회자 또는 반대파 수장의 마음에 쏙 드는 행동으로 짧은 시간에 리더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그리고 행동대장으로 나서며 여론 주도세력으로 자리하기도 한다. 기도 운동은 물론이거니와 말씀 읽기·묵상운동에도 앞장선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교회 파괴적 목표를 서서히 드러낸다. 어떤 교회에서 3년 가까이 성도들에게 메일을 통해 날마다 말씀 묵상을 나누던 신도가 결국 목회자 퇴출에 앞장섰고 나중에 신천지 추수꾼으로 밝혀지는 일도 있었다. 성도들은 지나놓고 나서야 말한다.

한 신도는 “예전에 목사 반대파에서 함께 투쟁하던 사람이 있었다. 목사에 대한 법적 투쟁, 원로 목사의 영성 회복 주장, 예배당 점거 등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다 동원해서 그 사람이 앞장섰다. 그래서 일이 해결돼 좋긴 했는데 때로는 저렇게까지 심하게 하나 했다. 지나 놓고 보니 왜 그랬는지 이해가 된다. 신천지여서 그랬던 거다”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신천지가 유별나서 눈에 띄더라도 분쟁교회에서는 어쩌지 못한다.

이는 분쟁교회의 갈등의 근본적 이유가 세력 다툼에 있어서다. 누구의 세력이 세냐, 약하냐, 누가 교회의 권력을 잡느냐 못 잡느냐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서다. 기득권 세력이냐, 아니냐, 기득권이었다가 밀려난 세력의 권력 재탈환이냐, 아니면 새롭게 패권을 장악한 세력이 그것을 놓치지 않느냐의 싸움이기 때문이다. 신천지라 해도 짐짓 모르는 체 하지는 않는가? 설령 신천지라 해도 일단은 내 편으로 삼아야 상대를 제거할 수 있으니 함께 묻어가려고 하지는 않는가? 교회 개혁이라는 미명하에 신천지 세력을 등에 업고 있지는 않는가?

 

얼마 전 기자를 찾은 한 교회 집사님들의 고민도 그것이었다. 교회 담임목사와 성도들 간에 분쟁이 생겼다. 그런데 그 사이에 신천지가 개입된 것으로 신도들은 판단했다. 신천지를 몰아내긴 해야 하는데 그렇다면 주도권이 목사님에게 넘어갈 까봐 차마 어떻게 할 수가 없다는 것이 그들의 고민이었다. 설령 내 편에 신천지가 있다 해도, 그리고 의심스럽다 해도 그가 내 편에서 활동하는 이상 내칠 수가 없는 구조·심리가 태생적으로 생길 수밖에 없는 것이 분쟁교회 신도들의 현실이다.

 

설령 신천지라 해도 당장 내편에 유리하면 함께 동고동락 모드로 가야 한다. 같은 그리스도인들이 왜 싸우나? 진리 문제가 아니라 교회 안의 패권 장악 때문에 싸우는 것이다. 진리 싸움이라는 것은 포장에 불과할 때가 많다. 내 행동, 싸움을 정당화하기 위해 상대를 비진리·사탄·마귀로 몰아세우는 것뿐이다. 상대는 사탄이 아니라 그리스도안의 한 형제·자매일뿐 그 이하도 이상도 아니다. 나와 다른 견해를 가진 한 형제·자매다. 이권 앞에서 부도덕해지는 인간일 뿐이다. 거기에 신천지가 들어와 온갖 음해, 유언비어, 갈등 유발, 법정 소송 등으로 화해·연합하지 못하게 하고 극단적 내홍이라는 기름을 부을 뿐이다.

 

   

▲ 신천지 교주 이만희 씨

 

신천지를 몰아내고 싶어도 만일 그렇게 되면 내 편이 약화되고 주도권을 상대에게 뺏길 까봐 신천지의 ‘신’자도 꺼내지 못하는 분쟁교회도 적지 않다. 반대로 상대를 효과적으로 제압하기 위한 목적으로서 신천지 의혹을 제기하기도 한다. ‘신천지 의혹 카드’도 결국 상대방을 압박할 수 있는 카드일 때만 사용하는 것이 분쟁교회의 현실이다. 만일 그게 내 쪽에 유리하지 않은 카드라면 써볼 생각도 안하는 이 비열하고 이중적인 분쟁교회의 속사정.

 

그런 분쟁교회에 신천지 대처를 위한 답은 없을까?

 

있다. ‘let it be 신천지’. 신천지에 더 처절히 짓밟히면 그때 정신 차리게 될 테니 그대로 둬보자. 수많은 가정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고 자녀들의 가출로 신음하는 부모의 마음을 갈가리 찢어 놓은 교주 이만희의, 분쟁교회를 향한 비웃음이 들리는 것 같아도 그대로 둬보자. ‘let it be 신천지!’ 분쟁교회들, 더 당해봐야 정신을 차릴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