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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자가 들어야 할 쓴소리, 영화 '제자, 옥한흠'

[인터뷰] 김상철 감독 "'우상화', '편 가르기' 편견 버리고 봐 달라"

http://www.newsnjoy.or.kr/news/articleView.html?idxno=197888

                                         
데스크 승인 2014.11.11  23:24:58 구권효 (mastaqu)   기자에게 메일보내기 

"생각해 보면, 그저 7~8명 소수 앉혀 놓고 제자 훈련하던 시절…. 말씀 앞에서 목사도 집사도 권사도 있는 그대로 내놓고, 하나님 앞에 교훈과 책망과 바르게 함과 의로 교육함을 받는 은혜의 자리…. 그 시간이 제일 행복했어요."


테이블 앞에 앉아 강의를 하는 옥한흠 목사의 손이 덜덜 떨린다. 마른 얼굴은 창백하고 목소리는 야위었다. 손이 심하게 떨려서 그의 말보다 손에 더 집중된다.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옥 목사는 후배 목회자들에게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은 말을 이어 간다. 세상을 떠나기 6개월 전 2010년 3월, 옥한흠 목사가 목회자들 앞에서 강연했던 모습이다.


이 장면은 10월 30일 개봉한 영화 '제자, 옥한흠'(김상철 감독)에서 볼 수 있다. 영화는 고 옥한흠 목사의 일대기를 담았다. 그가 어렸을 적에는 사진과 내레이션이 많지만, 옥 목사의 영상 기록이 남아 있는 시절부터는 대부분 그의 영상으로 내용을 이어 나간다. 옥 목사의 말과 표정에서 그의 기쁨·갈등·후회가 엿보인다. 영화는 단지 목사 옥한흠이 아닌, 끝까지 예수님께 충성하려 노력했던 '제자' 옥한흠을 그렸다.


  

▲ 김상철 감독은 옥한흠 목사가 살아 있을 때 한 번도 그를 만난 적 없다. 그러나 김 감독은 옥 목사의 삶을 추적하며, 그에게 '목회'와 '교회'에 대해 배웠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김상철 감독을 11월 5일 경기도 수원 그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김 감독은 2009년부터 '잊혀진 가방', '중독' 등 기독교 가치를 담은 영화를 제작해 왔다. 2013년 1월부터 본격적으로 옥한흠 목사에 대한 영화를 만들기 시작했다. 김상철 감독은 '제자, 옥한흠'을 통해 무엇을 말하고 싶었을까. 김 감독과 영화의 내용뿐 아니라 옥한흠 목사의 목회 철학, 우상화 논란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얘기를 나눴다.


일면식도 없는 옥한흠 목사의 일대기 만든 까닭은


김상철 감독은 목사다. 개척 교회를 하다가 스스로에게 회의가 들어 목회를 잠시 접었다. 사람이 모이지 않아서 어쩔 수 없이 문을 닫은 건 아니었다. 자기가 '가짜' 목회자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마음속에서 목회를 계속해야 할 이유를 찾지 못했다. 누구에게 이런 고민을 털어놓고 싶고 조언도 듣고 싶었지만 그럴 만한 사람도 없었다.


"저는 '가짜'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몇 가지 사건이 있었죠. 한 가지만 예로 들면, 개척 후 6개월 만에 100명이 모였어요. 자연스럽게 더 큰 교회로 옮겨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교회는 무엇인가'라는 교회론이 없었던 거죠. 교인들에게 다른 곳으로 옮기겠다고 얘기했습니다. 목사라는 자가 교인들은 안중에도 없고 제 생각만 한 거죠. 이후에도 교인들의 삶보다는 저의 안위를 먼저 생각한 적이 많았어요. 결국 '나 같은 사람은 목회자가 되어서는 안 되겠다'고 판단했어요.

이런 목회적인 고민을 누구에게 털어놓고 배우고 싶더라고요. 혼나고 싶기도 하고. 그러다 고 옥한흠 목사님이 생각났습니다. 옥 목사님은 교단을 초월해서 존경받는 분이고, 그런 분들 중에서 가장 최근까지 활동하셨던 분이잖아요. 옥 목사님의 설교와 행적을 알아 가면서, 그분이 생각하셨던 '교회'와 '목회자'가 무엇인지 배웠어요. 그리고 그걸 알려야겠다고 결심했죠."


  
▲ '제자, 옥한흠' 공식 포스터. 영화에서는 생전에 옥 목사가 피끓는 마음으로 외쳤던 메시지를 생생하게 들을 수 있다. 메가박스와 CGV에서 상영한다.

옥한흠 목사가 살아 있을 때는 그를 실제로 본 적도 없는 김상철 감독이지만, 김 감독은 옥 목사의 삶을 추적해 나갔다. 무엇보다 한국교회, 특히 목회자들에게 옥 목사의 메시지가 필요해 보였기 때문이었다.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주변에 많은 목사들이 목회에 회의를 느끼고 교회가 무엇인지 모르면서도, 어찌할 줄 모르는 상태에 있었다.


김상철 감독은 최대한 옥한흠 목사가 영화를 이끌어 가게 했다. 옥 목사의 설교뿐 아니라 평소 말투나 행동, 표정 등에도 주목했다. 일례로, 영화에는 2003년 옥 목사가 은퇴를 발표할 때 장면이 나온다. 사랑의교회 교인들은 한 목소리로 '스승의 은혜'를 부르는데, 이때 김 감독은 옥 목사의 얼굴을 크게 클로즈업한다. 스크린 속 옥한흠 목사는 미소 짓고 있지만, 관객들은 그의 표정에서 수많은 감정을 읽는다. 김 감독은 이렇게 말한다.


"요즘에는 '교회가 사회를 걱정하는 게 아니라, 사회가 교회를 걱정한다'고들 하잖아요. 가장 많은 지탄을 받는 것 중 하나가 목사 한 명이 교회를 사유화하는 거고요. 옥 목사님도 대형 교회 목회자로서 얼마나 유혹이 많았을까요. 교인이 2만 명, 3만 명 되는 교회의 담임목사 자리를, 누가 나가라고 한 것도 아니고 스스로 내려놓는다는 것은 어마어마한 자기와의 싸움에서 이기는 거거든요. 그분의 갈등, 고민들이 얼굴 속에 묻어나는 것 같더라고요. 그걸 보여 주고 싶었어요."


영화가 개봉하자, 한편에서는 옥한흠 목사를 우상화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일었다. 인터넷에 이런 내용의 글들이 떠돌기도 했다. 물론 어떤 한 사람을 사후에 절대화하는 것은 경계해야겠지만, 떠돌아다니는 글 중에는 '제자, 옥한흠'을 보지도 않고 얘기하는 사람도 있었다. 이에 대해 김상철 감독은 말한다.


"영화를 본 사람은 누구나 알 수 있습니다. 옥한흠 목사를 우상화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저는 철저하게 '예수의 제자' 옥한흠을 담으려 노력했습니다. 하나님께 충성하고 교인들을 사랑했던 모습이죠. 옥 목사님 설교 중에서도 지금 한국교회가 귀 기울여야 할 내용을 넣었습니다. 한 번은 기억해야 할 우리 신앙의 선배이고 목회자잖아요. 그뿐입니다."


실제로 영화에는 한국교회, 특히 목회자를 향한 옥한흠 목사의 뼈아픈 말이 여러 번 나온다. 그 날선 칼날은 선배 목사인 자신을 향하고 있기도 했다.


"한국교회 평신도 나무라지 마세요. 우리는 절대 평신도 나무라면 안 됩니다. 평신도는 목회자가 만들기에 달렸어요. 저는 목회하면서 평신도에게는 죄가 없다는 걸 알았어요. (중략) 한국교회 모든 책임은 교역자가 져야 돼요. 교역자가 돈 사랑하지 않는데 교인들이 돈 사랑하려고 하겠어요? 교역자가 음란하지 않은데 교인들이 간음죄를 범하겠어요? 교역자가 거짓말하지 않기 위해 벌벌 떠는데 교인들이 거짓말 함부로 하겠어요? 오늘날 한국교회 총체적인 위기는 교역자가 책임져야 해요. 입만 살았죠. 실상은 주님 눈앞에 죽은 자와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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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요청하자, "당신은 누구 편이냐"


영화를 제작하면서 어려운 점도 있었다. 열악한 환경 탓도 있지만, 김상철 감독은 무엇보다 "균형을 잡는 게 어려웠다"고 말했다.

알 만한 사람은 다 알 듯이, 현재 사랑의교회는 상황이 좋지 않다. 옥한흠 목사 타계 후, 사랑의교회는 초호화 예배당 건축으로 여론의 질타를 받았고, 오정현 목사가 박사 학위 논문을 표절한 사실이 드러나 교인들 사이에 균열이 일어났다. 대다수의 교인들은 서초역 인근 새 예배당에 출석하지만, 1000여 명의 사람들은 '사랑의교회갱신위원회'라는 이름으로 강남역 옛 예배당에 나간다.


김상철 감독도 취재하면서 사랑의교회 사정을 자세하게 알게 됐다. 그러나 그는 의도적으로 어느 편에도 들지 않았다. 어느 한편에 서면, 옥한흠 목사를 그려 내는 데에 한계가 생기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제자, 옥한흠'에는 오정현 목사도 나오고, 갱신위 위원장 김효은 장로도 나온다. 오 목사에게 우호적인 사람도, 갱신위에 우호적인 사람도 모두 오직 옥한흠 목사에 대해서만 얘기한다. 사랑의교회 사정을 잘 아는 사람들은, 영화를 보면서 깜짝깜짝 놀라기도 한다.

  
▲ 영화를 만들면서 무엇이 가장 힘들었느냐는 질문에, 김상철 감독은 "균형"이었다고 말했다. 사랑의교회가 내분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어느 한편에 선다면, 옥 목사를 온전히 그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스스로도 균형을 맞추기가 어려웠지만, 둘로 나뉜 사랑의교회의 민감한 상황 때문에 인터뷰를 거절하는 사람도 많았다.


"정말 힘들었던 건 '균형'이었습니다. 이 영화가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게끔 하려고 했어요. 영화를 안 본 사람들은 딴소리할지 몰라도, 영화를 본 사람들은 균형을 지키려고 몸부림쳤다는 걸 알게 될 거예요. 어쨌든 한국교회 전체에 필요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하니까, 사랑의교회 문제에 영향을 안 받게 하는 게 가장 큰 고민이었죠. 때로 사람들이 '누구는 나오고 누구는 안 나왔다' 이런 얘기하는데, 저는 최선을 다해 중립을 지키려고 했어요.


사랑의교회 상황 때문에 인터뷰를 거부하는 사람도 많았습니다. 인터뷰 요청할 때, 대부분 사람들이 '도대체 누구 편이야' 하면서 눈치를 보더라고요. 저는 항상 중립이었어요. 영화 만드는 기간 내내 제 기도 제목은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거였어요. 우리 스태프들이 다 알아요.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철저하게 제 마음에만 뒀어요. 그래서 사랑의교회나 갱신위, 유족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죠."


김상철 감독의 노력이 통했는지, 교회 측이나 갱신위 측 모두 '제자, 옥한흠'을 홍보했다. 갱신위는 영화가 개봉하기 전부터 지금까지 적극적으로 소식을 알리고 있다. 교회 측은 11월 2일 주보를 통해 영화 상영 소식을 알리고 시청을 권했다.


옥한흠의 어깨를 밟고 일어서라


옥한흠 목사가 한국교회에서 존경받을 만한 목회자라는 것에는 대부분 동의할 것이다. 그러나 교회를 너무 크게 만들어 버렸다는 비판도 뒤따른다. 옥 목사는 1978년 사랑의교회의 전신 강남은평교회를 교인 9명과 시작했는데, 옥 목사가 은퇴한 2003년 사랑의교회 교인은 이미 수만 명이 돼 있었다. 옥 목사는 오는 사람을 막을 수 없어 내버려 두었더니 초대형 교회가 되어 있었다며, "나의 교회론과 제자 훈련은 엇박자가 된 것 같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김상철 감독도 이런 옥 목사의 한계를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이런 이유로 무작정 비판만 하는 것은 손해라고 말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옥한흠 목사님을 변호하고 싶어요. 제가 옥 목사님의 삶을 추적하다 보니까 알겠더라고요. 그분은 절대 큰 교회를 지향하지 않았어요. 오는 사람을 어떻게 막을 수 있느냐는 거예요. 교회가 커져도 그에게 중요했던 건 '한 영혼'이었죠. 옥 목사님이 그렇게 건강에 이상이 생길 정도로 설교에 천착하셨던 이유도 거기 있습니다. 그 시절 목회자들의 한계라고 볼 수 있죠. 한계가 있다고 해서 버릴 겁니까? 옥 목사님에게는 배울 점이 더 많아요. 그렇다면, 그분의 한계를 인정하고 그분의 어깨를 밟고 일어서야죠."


옥한흠 목사의 마음은 그가 자주 하고 다녔던 말에서도 알 수 있다. 옥 목사는 "나는 이 세상에서 너무 많이 누린 것 같다"는 말을 자주 했다고 한다. 영화에는 한 작은 교회 목회자가 옥 목사를 만났던 얘기가 나온다. 그 목사는 말하면서도 자주 눈물을 삼켰다.


"목사님 처음 만나는 자리인데, 제가 앉자마자 그러시는 거예요. '박 목사, 참 좋겠다.' 어리둥절했죠. 25평 정도 되는 지하실에서 목회하고 있는 목사에게, 사실 생계도 안 되고 월급도 없었거든요. 큰 교회 목사님이 '박 목사, 참 좋겠다' 저는 충격을 먹었죠. 이어서 하시는 말씀이 '박 목사는 청소년들 데리고 예수님을 전하고 그들과 같이 그렇게 고생하면서 제자 훈련하는데, 하늘나라 가면 상급이 얼마나 클까…. 나는 너무 누릴 걸 많이 누린 것 같다. 내가 그렇게 의도한 건 아니었는데… 서울에서 이렇게 목회하다 보니까 나도 모르게 너무 많이 누렸고, 그래서 하나님나라 가면 난 상급이 없을 것 같다. 그래서 난 박 목사가 너무 부럽다. 고생 많이 하지만, 하나님이 큰 축복을 주실 거야. 상이 클 거야.' 그게 첫 번째 만남이었어요. 진짜 바닥 목회를 하고 있는 저에게 치유가 일어나더라고요."


옥한흠 목사의 어깨를 밟고 일어서야 하는 한국교회는, 그러나 그 어깨에조차 오르기가 버거운 것 같다. 김상철 감독은 특히 목회자들이 이 영화를 많이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자신이 옥 목사를 통해 목회관, 교회론을 고쳐먹은 것처럼, 큰 교회만 바라보다 한 영혼을 잃어버린 목사들이 영화를 통해 '진짜 목회'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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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 옥한흠'은 독립 다큐 영화 치고는 성적도 좋은 편이다. 처음에는 메가박스를 비롯한 일부 영화관에서만 개봉했으나, 개봉 열흘 만에 관객 수 2만 명을 넘어 장기 상영을 하게 됐다. 11월 13일부터는 평택·청주·통영·목포 CGV에서 확대 개봉한다. 배우 성유리 씨가 내레이션을 맡았고, 배우 권오중 씨가 출연한다. 개신교 영화 최초로 음원 사이트에서 OST도 판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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