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혼 수용한 미국 성공회… 3년간 회원권 정지
세계성공회 관구장회의… 가장 많은 상회비 내는 교단 엄단
2016년 01월 15일 (금) 16:03:37김정언 기자 [email protected]

<교회와신앙> : 김정언 기자 】 세계 각국의 8500만 성공회 교인들을 거느린 세계성공회(AC, 캔터베리 대주교 : 저스틴 웰비)가 1월 14일 동성혼 이슈와 관련, 미국 성공회(EC)의 회원활동 참여를 3년간 정지시키기로 전격 결의했다. 회원교단으로는 남아 있기는 하지만 EC와 소속 교인들은 이 기간동안 국제적인 위원회 등 세계성공회에 관련된 아무런 활동도 하지 못하게 됐다.

미 성공회는 최초로 동성애 주교를 임명한 데 이어 동성혼을 공식 지지하는 등 초첨단 진보주의를 견지해 왔다. 이번 회의 전까지 동성애가 지구촌 북반구와 남반구로 분열될 것이라는 불안한 예측이 파다했었다. 


  
▲ 세계성공회 관구장회의 광경 ⓒthe Guardian

이번 결정은 영국 캔터베리에서 열린 1주간의 성공회 관구장회의에서 내려졌다. 이번 회의 초반에 동성혼 문제가 지배적 의제가 될 것으로 예측됐으나 저스틴 웰비 캔터베리 대주교는 세계성공회의 방향이 연합을 유지하고 반대 견해를 허용하는 느슨한 '연맹' 같이 되자고 미리 제안하고 나섰다. 대주교는 성공회 산하 교단들이 동성애 이슈보다 기후변화나 종교폭력 같은 여타 당면과제에 더 관심을 표명해 주길 바라왔다.


이번 결의안은 “미국 성공회의 동성혼 포용이 '결혼 교리에 관한 우리 관구들 대다수의 신앙과 가르침에서 근본적인 이탈'”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나 성공회의 한 중진 인사는 "대단히 약해빠진 결의안이다."며 "어느 쪽으로든 밀고 나가면 무너질 수밖에 없는 양상"이라고 불만을 표시했다.


영국 교회는 현재 동성혼을 공식 반대하고는 있으나 견해를 바꿔야 한다는 진보 측 의견이 지난 수년간 가중돼 왔다. 그러던 중 2015년 6월 웰비 대주교는 미 성공회 주교회가 한 남성과 한 여성 사이로만 규정한 결혼의 정의를 교단법에서 삭제해 버린 데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했었다.


결혼의식에 관한 해당 개정 결의안 A037은 ‘아내’, '남편', '개인', '배우자' 등의 용어를 옵션으로 내놓아 이성애, 동성애, 양성애 커플 등에 모두 적용될 수 있게 돼 있다. 미 성공회는 10여년 전 공개 동성애자인 주교를 서품한 바 있다. 관련 성공회 공식 진술은 "성경의 가르침에 따른 본 교단의 전통적 교리는 결혼을 한 남성과 한 여성의 신실한 평생 합일로 정의한다."고 돼 있다.

세계성공회는 이와 함께 웰비 대주교에게 "자체 내에서 관계 회복과 상호신뢰 재건의 의도를 가진 사람들 가운데서 대화를 유지할 수 있는 특별위원회를 임명할 것"을 주문했다. 그러나 미 성공회는 가장 많은 상회비를 내온 지교단의 하나여서 3년간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는 일각의 추산이다.


성공회 내 보수계 집단인 개프콘(GAFCON)은 성공회 최초의 동성애 주교인 진 로빈슨 미 뉴햄프셔 주교의 서품이후 12년간 동성혼과 동성애 권리에 대해 맹렬히 반대해 오면서 EC를 탈퇴한 수많은 교회와 지도자들을 규합한 단체이다. 개프콘은 성경의 진보적 해석에 대한 전쟁을 계속할 것이라는 방향아래 "이번 결의는 끝이 아니다."라고 시사했다.

케냐, 우간다, 나이지리아 등 아프리카 국가교단들은 동성애 자체를 절대 반대하는 강력한 입장을 견지해왔다. 스탠리 은타갈리 우간다 대주교는 미국과 캐나다의 진보교단들의 자진 탈퇴 결의안 지원을 얻는 데 실패하자 회의장을 떠났다. 은타갈리는 미국 및 캐나다 교단 측과 장시간의 토론을 해봤지만 "오히려 내가 조종당하는 듯한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개프콘은 성명서에서 "성공회 내 분열은 단순히 깨진 관계 탓이 아니라 성경적이고 사도적인 신앙에 대한 꾸준한 거부에 의한 것"이라며 "회개의 필요성은 비치질 않은 이번 진술서에 대해 실망했다."고 밝혔다. 반면 당사자인 미국성공회의 마이클 커리 의장주교는 "이번 결정이 진짜 아픔을 가져올 것"이라며 "교회에 거부와 배척을 당한 느낌의 사람들은 고통 위에 고통을 겪는 셈"이라고 은근히 동성애자들을 두둔했다.

보수적 남반구의 동성애 반대 성향 이면에는 영국과 미국 등 보다 진보적인 백인 교단들이 세계 성공회에서 지배적 역할을 해온 데 대한 반발도 잠재해온 것이 사실이라는 분석도 있다. 과거 식민지 시대의 노예주였던 국가들에 대한 깊은 '쓴뿌리'가 없지 않다는 것.


한편 이번 뉴스에 대해 엠시 레지 네티즌은 "하나님의 법은 변하지 않는다. 어제의 비도덕은 오늘도 비도덕이고 내일도 그렇다."며 "대중의 선호에 따라 하나님의 도덕적 입장도 조정된다는 개념은 모든 거짓의 아비에게서 왔다."고 말했다. 토드 P.씨는 "듣던 중 가장 반가운 뉴스다."며 "성공회인들에게는 결국 희망이 있다."고 말했다. 필명 '아가일58' 누리꾼은 "미 성공회를 미국 국경 안에 머물러두게 되어 기쁘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은 지난해 전국적으로 동성혼을 합법화한 데 이어 영국도 동성혼을 허용하고 있으며, 국교회는 사실상 동성 사제를 허용해왔다. 이번 결정은 보수적인 남반구 성공회 교단들의 강력한 압력 아래 이뤄진 결단으로 분석된다.

세계성공회 관구장회의에서 발표된 성명서는 아래와 같다.


====================

미국성공회 동성애 수용 관련 세계성공회 관구장회의의 성명서


1. 우리 성공회 관구장들은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 연합을 어떻게 보존할지 기도와 생각을 하려고 모였다. 결혼에 관한 우리의 이해에 깊은 차이가 계속 존재하는 가운데서 그렇다.

2. 미국성공회(EC)에서 교단적인 결혼관을 바꿔가면서까지 최근 발달해온 문제는 결혼교리에 관한 우리 관구들 대다수가 견지하는 신앙과 가르침으로부터의 근본적인 이탈을 의미한다. 다른 관구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발발할 가능성은 더욱 긴장을 높여왔다.

3. 우리 모두는 이 문제 발달이 우리 성공회 전체에 깊은 고통을 낳았다고 인식한다.

4. 성공회의 전통교리는 성경 가르침에 비추어 결혼은 한 남성과 한 여성 사이의 평생 합일로서 정의한다. 여기 모인 무리 대다수는 이 가르침을 확신한다.

5. 우리들 대다수는, 기존 모임에서 공교회적 연합을 외면한 채 교리 문제에 관해 일방통행적 입장을 견지해온 행동들은 전체 성공회 안의 상호관계 유지에 내포된 서로간의 책임적 자세와 상호의존으로부터의 이탈로 간주한다.


6. 그런 행동들이 지속되면 우리 성공회를 손상시키고 우리들 사이에 더 깊은 불신을 낳게 한다. 그것은 또한 우리들과 각 지역 사이에 중대한 거리감을 초래하며 우리 공동체내 여러 기구들의 기능과 우리의 역사적이고 지속적인 관계를 표현하는 방식 위에 거대한 긴장을 몰아오게 된다.

7. 우리의 일치된 갈망은 함께 걷는 것이다. 그러나 이 문제의 심각성을 감안할 때 미국성공회가 향후 3년간 본 공동체의 에큐메니칼, 초종파적 연합체에서 우리를 대표할 수가 없고, 본 공동체 자체 실행위원회에도 대표로서 참여하거나 직책에 피선돼서도 안되며, 다만 여전히 성공회의 한 회원교단으로 참여하되 교리나 행정에 관한 그 어떤 의제에도 결정권이 없다는 것을 공식상 인식한다.


8. 우리는 캔터베리 대주교께서 태스크 그룹을 지명구성 하셔서 관계회복을 위한 서로간의 대화를 유지하고 상호신뢰감을 되살리며 남은 상처를 치유하되 우리의 공통점과 차이점의 범위를 인식하고 그리스도의 사랑과 은혜 가운데 우리가 하나 됨을 대상자에게 확신시켜 주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