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인 과세, 통합야당 때문에 좌초된다?

[편집국에서]종교계, 정치판보다 썩었다는 비판 듣고 싶나

 

이승선 기자                            필자의 다른 기사

기사입력 2014.03.04 07:21:21 

http://www.pressian.com/news/article.html?no=115048

 

                                                   

페이스북 보내기 트위터 보내기 미투데이 보내기 요즘 보내기 C로그 보내기 구글 북마크

           
그동안 사실상 '지하경제'에 속했던 종교인 소득에 대해 "과세는 기정사실이고, 단지 기술적인 문제만 남았다"고 경제부처 수장이 공언했다면? 그것도 과세 집행부처인 국세청의 모든 세무관서장들이 모인 자리에서 강조한 것이라면 이것보다 확실한 게 있을까?
 
그런데 지난 3일 납세자의 날 기념행사 치사에서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종교인 과세'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은 것이 논란이 되고 있다. 며칠 사이에 과세 의지가 꺾인 게 아니냐는 것이다.
 
이런 말이 나올 만한 배경이 있다. 현 부총리는 지난달 26일 국세청 본청에서 열린 전국 세무관서장회의에서 "소득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면서 "종교인 소득과 파생상품, 금융용역 등 과세 사각지대를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국세청에서 열린 전국 세무관서장회의는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행사였지만, 납세자의 날은 '종교인 과세'를 언급하기에 적절하지 않은 행사라서 그랬다고 봐야할까? 그렇지 않다. 현 부총리는 최근 공개석상에서 종교인 과세 의지를 기회만 되면 강하게 드러내왔기 때문이다. 

현 부총리는 세무관서장 회의와 같은 날 전월세시장 대책 발표 자리에서도 종교인 과세에 대한 언급을 빼놓지 않았다. "어떻게 과세하느냐, 과세의 명칭을 어떻게 하느냐, 그런 기술적인 문제가 남아있다"고 말했다. 누가 봐도 과세는 기정사실이고 기술적인 문제가 그렇게 어려울 것도 없기 때문에 조만간 시행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할 정도의 발언이었다.

따라서 납세자의 날이라면 오히려 전월세시장 대책 발표 자리보다 현 부총리가 '공평 과세'를 강조하면서 '종교인 과세'를 반드시 시행하겠다는 말을 할 것으로 기대할 만한 자리였다. 그런데 현 부총리가 정작 납세자의 날 치사에서 종교인 과세에 침묵하니, "종교인 과세 의지가 흔들리고 있다"는 말이 나온 것이다.

그런데 며칠 사이에 정부의 '종교인 과세' 의지가 왔다갔다 할 수 있는 것일까? 일각에서 그 배경에 대한 해석을 내놓는데, 믿기 싫을 정도로 고약하다. 

'종교인 과세' 갑자기 수면 아래로?

지난 주말 민주당과 안철수 의원의 새정치연합이 이달 말까지 신당을 창당하겠다고 전격 발표하면서 6.4 지방선거 구도에 큰 변화가 왔다는 해석이다. 야권이 결집하면서 한 표가 아쉬운 판국에 경제부처 수장이 공개석상에서 종교인 과세를 언급할 경우 자칫 선거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계산이 깔렸다는 지적이다.

현오석 부총리가 종교인 과세에 침묵한 것이 정말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적 계산' 때문이라면 종교인 과세는 또 한차례 겉돌게 될 운명이다.

'정치적 계산' 때문에 종교인 과세 의지가 흔들리고 있다는 해석이 '오버'라고 보기 어려운 이유가 있다. 종교인 과세는 해묵은 과제이고, 그것이 번번히 무산된 이유는 '정치적 부담' 이외에는 해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종교인 과세가 정치권 논의 수준이 아니라 국세청에서 과세 의지를 밝힐 정도로 추진된 것은 1968년부터다. 그러나 종교계의 격렬한 반발로 번번히 무산됐다. 그러다가 지난 2006년 한 종교계 진보단체가 국세청장을 직무유기 등으로 검찰에 고발하면서 '종교인 과세'는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왜 "소득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면서 종교인 과세를 안하느냐고 따진 것이다. 그리고도 7년이 넘게 지나갔다.

하지만 국제적으로도 선진국 수준이라면 종교인 과세를 하지 않는 나라가 없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최근에는 "더 이상 미룬다는 것은 국제적으로 망신스러운 일"이라는 여론이 형성됐다. 

한국 정부가 그렇게도 회원국이 되었다고 자랑스러워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종교인에게 과세하지 않는 국가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각종 여론 조사에서도 종교인 과세에 대한 찬성 입장은 90%가 넘는다.

정부도 경제부처 수장의 입에서 "시행시기만 남았다"고 할 정도로 종교계에 대한 설득도 상당히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 종교계에서 공개적으로 반발할 명분도 없다. 다만 개신교의 일부 교단을 중심으로 반대여론을 굽히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교회에서는 목사 등 지도자들이 교인들에게 '종교인 과세'의 부당성을 설교하고 있다. 하지만 '핀트'가 잘못된 설득이 많다. 종교인 과세의 진짜 목적은 교회 재정의 투명성이다. 신도들은 정말 자신들의 헌금을 종교단체에서 주먹구구식으로 처리해도 괞찮다는 것인가? 
종교인 과세를 해보았자 면세점 이하가 대부분이다. 종교인 과세의 세목 명칭을 기타소득으로 하든 근로소득으로 하든 그것은 정말 기술적인 문제다. 개신교 내에서도 한 목사는 "교회 목사의 80% 이상이 소득이 세금을 내지 않는 면세점 이하"라면서 종교인 과세는 '돈 문제'가 아님을 분명히 했다. 또 정부도 종교인이 낼 소득세를 기타소득에 포함시키든, '종교인 소득'이라는 별개의 세목을 신설하든 종교계의 입장에 대해 유연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이 2월 26일 국세청에서 열린 전국세무관서장회의에서 '종교인 과세'에 대한 의지를 밝혔으나 3일 납세자의 날에는 '종교인 과세'에 언급을 하지 않아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현 부총리와 김덕중 국세청장이 세무관서장회의에서 국민의례를 하는 모습. ⓒ연합뉴스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이 2월 26일 국세청에서 열린 전국세무관서장회의에서 '종교인 과세'에 대한 의지를 밝혔으나 3일 납세자의 날에는 '종교인 과세'에 언급을 하지 않아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현 부총리와 김덕중 국세청장이 세무관서장회의에서 국민의례를 하는 모습. ⓒ연합뉴스


종교인 과세의 진짜 목적은 재정 투명화 첫 걸음

'직무유기 아니냐"는 비판을 받아온 국세청 관계자들은 종교인 과세가 자꾸 미뤄지자 곤혹스러운 입장을 감추지 않고 있다. "종교 지도자들의 위선이 정말 심하다"고 토로하는 국세청 관계자들이 적지 않다.
한 국세청 관계자는 "성직에 대한 봉사를 어떻게 근로로 취급하느냐, 이미 세금을 낸 돈으로 헌금한 것에 또 과세하느냐...이런 식으로 종교인 과세에 반박을 하는 지도자들은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라"면서 "그들이 정말 두려워하는 것은 종교인 과세로 재정이 투명해지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정부의 강요가 아니라 스스로 성직자들의 소득에 대해 자율적으로 세금을 내기로 한 백주년기념교회 등 일부 교회들은 모든 수입과 지출이 담긴 결산보고서를 매달 작성해 신자들에게 상세하게 공개하고 있다. 천주교도 근로소득 세율에 따라 이미 지난 1994년부터 자진 신고해 세금을 내고 있다.
 

'종교인 과세'에 가장 모범적인 사례로 꼽히는 천주교 서울대교구는 당시 서울대교구장이던 고 김수환 추기경이 "성직자도 국민의 한 사람이기에 납세 의무를 다해야 한다"면서 1996년부터 교구 소속 사제들의 급여에 대한 소득세를 아예 원천 징수하고 있다. 

 

그렇다면 '종교인 과세'의 마지막 남은 걸림돌은 '표심'이다. 특정 종교계가 반발하는 정책을 강행하다가 이들이 영향력을 가진 표들이 정부와 정치권에게 불리하게 행사될 것이 부담스러운 것이다.
 
결국 정치권보다 더 썩은 곳이 종교계라는 비판을 받지 않으려면 '종교인 과세'는 종교계에서 자발적으로 정치권의 부담을 덜어주려고 나서야 풀릴 문제다. 앞뒤가 맞지 않는 논리로 버텨오던 개신교에서도 희망적인 변화가 엿보인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가 그 중심이다. NCCK는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 기독교대한감리교, 한국기독교장로회 등 9개 교단 교회 2만126개와 교인 642만 명(자체 추산)이 참여하는 대표적인 개신교 단체다. 
 
이 단체 산하 한국교회발전연구원이 최근 토론회를 열어 공교회 차원에서는 처음으로 종교인 소득세 납부 문제를 공론화했다. 그것도 종교인 과세의 핵심이 '교회 재정 투명화'와 '교회 신뢰 회복'이라는 문제의식까지 제대로 된 것이라는 점에서 더욱 반갑다. NCCK 총무인 김영주 목사는 "이제라도 교회 재정을 투명하게 운영하고 목사들이 자발적으로 세금을 냄으로써 떨어진 교회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고 강조했다. 
 
지난 2006년 종교비판자유실현시민연대가 '종교인 소득세 납부 범국민 서명 운동'을 벌이는 등 기독교 민간단체가 종교인 납세 문제를 다루었지만, 개신교 교단협의체가 이 문제를 공식 거론한 것은 처음이다.  NCCK는 4월과 7월, 10월 세 차례 열리는 실행위원회에서 목사 납세 문제를 논의해 교단간의 입장을 조율한 뒤 11월 총회에서 목사 소득세 납부를 결의한다는 방침이다.
이러다가는 불교계가 개신교보다도 재정의 투명성에서 뒤쳐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올 만하다. 대한불교 조계종은 세금 납부와 재정 투명화에 대해 원칙적으로 찬성한다는 입장을 보이지만 NCCK처럼 공론화하는 단계까지 가지 못하고 있다.
 
종교인 과세 반대하는 신도들, '성직자 횡령'  비난하면 뭐하나

'종교인 과세'가 신성모독이라고 반발하는 목소리가 큰 곳일수록 대형교회와 대형사찰이 아닌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대형 종교단체들이 '종교인 과세'를 어떤 명분으로든 막으려들다가는 어느 순간 종교인 납세와 종교기관의 재정 투명화를 강제하는 '종교법인법'을 제정하는 단계로 곧바로 넘어갈지 모른다.

이미 종교권력감시시민연대 등 일부 진보적 종교 민간단체들에서는 "교회ㆍ사찰을 막론하고 투명하게 회계장부를 작성하게 만들고, 모든 종교인이 소득세를 내도록 하는 '종교법인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마침 ytn이 3일 단독보도한 '한 선교단체 목사의 공금 횡령사건'이 잇따른 개신교 목사들의 '이중생활'의 최근 사례로 씁쓸한 화제가 되고 있다.(원문보기)